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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영.이해준 감독

2006/09/03 22:52


<천하장사 마돈나>는 두 상반되는 조합의 ‘따로 또 같이’에 관한 영화다. 그런 작품의 성격을 반영하듯 감독도 두 명이다. 이해영과 이해준. 이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보고 형제로 착각한다. 그들은 형제가 아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함께 써오며 10년 이상 호흡을 맞춘 형제 같은 사이다. 천하장사와 마돈나처럼 그들도 또 하나의 ‘따로 또 같이’다. 감독 데뷔작 <천하장사 마돈나>에 대해 물었다.


영화는 생각한 만큼 만족스럽게 나왔나?
이해영(이하 영) : 만족한다. 내가 생각할 땐 이 이야기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찍을 수 있는 영화인 거 같다.
이해준(이하 준) : 다르게 해봤어야 하는데, 이렇게 바꿨어야 하는데 계속 고치고 싶다. 고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어느 순간 그걸 중단하게 된다. 

여자가 되고 싶은 남학생이 씨름을 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영 : 둘이 오후 한 3시쯤에 아침밥을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여자 씨름부 얘기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면서 씨름부 얘기는 어떨까, 거기에 여자가 되는 남자라면 어떨까, 그렇게 의견을 얘기하면서 구체적인 모습이 만들어지게 됐다.

아이디어는 항상 그렇게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나?
준 : <천하장사 마돈나>가 최초였다. 그날 TV를 보면서 수다를 떨다가 순식간에 얘기가 됐다. 밥을 먹고 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노트북을 꺼냈고 두어 시간 정도 시놉을 정리하고 점점 발전시켜 나가게 된 거다. 

영화의 배경이 인천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영 : 동구가 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보수적인 편견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위해서는 영화적으로 뭔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으면 좋지 않나. 그런데 단순히 몇몇 사람들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으로 좀 더 열리기를 바랐다. 얘가 진짜 투쟁해야 될 대상은 그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천은 서울의 변두리면서 나름의 중심지이기도 해서 어딘가로 열려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바다가 있어도 항구로 막혀있고 공항이 있지만 그 하늘은 늘 비행기가 떠다니고 결국에는 닫혀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인천의 이중적인 이미지가 동구의 성향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준 : 간단히 얘기하자면 아버지의 도시 속에서 아버지가 원치 않았던 여성성을 키워나간다는 이미지를 준 거다. 

높은 빌딩에서 내려다보이는 수영장 속의 씨름장도 그런 공간적인 맥락 속에 구성된 건가? 
영 : 그렇다. 씨름장이 있던 그 학교가 부산이었는데 폐교였다. 운동장에다가 수영장을 판 거다.
준 : 그 수영장도 사실 수영장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다. 수영장이라면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재미난 이미지의 장소인데 외려 황무지 같고 썰렁한 느낌을 주면 괜찮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수영장이 있을 법하지 않은 주변의 건물들이 주는 느낌이 수영장안의 씨름장을 생각하게 했다. 미술적으로 재미나고 싶기를 원하긴 했지만 그게 굉장히 편안하거나 예쁜 공간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조건들과 굉장히 잘 맞아 떨어진 곳이었다.

공간이 협소해서 촬영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준 : 난감했다. 씨름 연습장이라는 곳을 여러 군데 돌아다녀 봤는데 정말 천막 하나 있는 게 다였다. 씨름 연습장이라는 곳이 천막과 샅바, 모래가 다다. 그거 보면서 정말 절망했다. 이걸 어떻게 영화적인 공간으로 꾸며낼 것인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결국 다 비어보일 텐데. 그렇다고 또 채워질 수 있는 공간은 아니라고 봤다. 채워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비어보이지 않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하다가 수영장이라는 곳을 떠올리게 됐다.

화면을 보면 가운데의 이야기는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그 주변은 멈춰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씨름장의 비어보이는 그런 부분들과 맞추기 위한 구도인가?
영 :  비우는 게 이 영화의 정서인 것 같다. <천하장사 마돈나>가 발랄한 영화이긴 한데 무작정 발랄하게 만들면 그것만한 가식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동구는 기본적으로 늘 존재론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정서는 쓸쓸한데 이야기적으로 이걸 쓸쓸하게 만들 수는 없고 그럼 이야기는 활발하게 가되 전체적으로 공간들이나 주변의 것들은 쓸쓸함을 담보해야 했다.

호흡이 한 박자 느린 유머도 결국 그런 맥락에서 이해를 하면 되는 건가?
준 : 그렇다. 그게 다 하나의 맥락에서 구성된 거다.

결말부 동구와 아버지가 씨름장에서 만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아버지는 결승전을 준비하는 동구에게 “나 너 더 이상 안 본다” 하고는 손을 잡는다. 그런데 동구는 그 손을 놓아버린다. 그런 걸 보면서 감독님들이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준 : 우리는 동구와 그의 아버지가 좀 더 좋은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핏줄로 섞여 있기 때문에 가족이다 이런 논리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져서 사람 대 사람이 지켜야 할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자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영 : 나는 그 장면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을 한다. 그게 넓은 의미에서 보면 행복하게 사는 길이고 그것이 가족이 곧 추구해야할 유토피아가 아닌가 한다. 사실 나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제가 세습되어 가고 있고 그것에 의해서 굉장히 많은 희생을 요구 당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쾌함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와의 실제 관계는 어떤가?
영 : 어제 아버지가 시사회에 오셨다. 아버지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 걱정을 했다. 사이가 안 좋았는데 이제 노인이 되셨고 나도 이제 30대 중반이 되니까 더 이상 싸우거나 이러지는 않지만 그냥 아무도 화해하지 않으려고 평행으로 가고 있다. 이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금처럼 평행으로 지내는 게 서로에게 있어 굉장히 평화롭다는 생각을 한다. 성장기 동안 아버지와 충돌을 하는 게 평행이어야만 했는데 접점을 억지로 맞추려다 보니까 마찰이 생겼던 거다.  

그런 실제적인 경험이 영화 속 동구와 아버지의 관계에 반영이 된 건가?
영 : 동구와 동구 아버지의 관계에 반영이 돼 있다. 그런데 어제는 너무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거 같아서 아버지한테 조금 찔렸는데 영화 잘 보셨다고 하고 돌아가셨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당신 자식이 감독이 되었다는 게 더 중요한 거니까. 엔딩 롤 뜰 때 보니까 일어나서 혼자 박수 치고 계시더라. (웃음)

본인이 아버지라면 영화 속 동구와 동구 아버지의 관계가 바뀌었을까?
영 : 아버지 역할을 한 윤석 선배가 그런 관계를 못 받아들였다. 실제 아버지다보니까 아버지는 이럴 수 없다, 너는 아버지가 안 되어 보지 않았느냐, 나는 아버지다. 그래서 동구 아버지 캐릭터가 약간 더 아버지 같아졌는데 원래는 밑도 끝도 없는 개자식이었다. 윤석 선배 덕분에 아버지 캐릭터가 더 풍부해졌어요. 

또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동구가 아버지에게 얻어터지다가 뒤집기로 날려 버린다. 영화의 터닝 포인튼데 사실 현실에서라면 제도 때문에 그게 쉽지 않았을 거다. 그런 동구의 행동을 보며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영 :  아버지가 동구를 두드려 팰 때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가다가 동구가 아버지를 집어던지면서 판타지로 간다. 이 부분에 대해서 생뚱맞았다 하는 말을 들었다. 그건 나나 해준이가 모두 가지고 있던 판타지였다.
준 : 굉장히 멀리, 아주 멀리.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저렇게 멀리 날려 라고 들어도 상관없이 아무튼 멀리 날려. (웃음) <천하장사 마돈나>가 어떤 방점이 있다면 그것은 씨름에서 우승하는 것도 아니고 단 하나 동구가 아버지를 집어 던지는 그 장면 이길 바랐다. 아버지를 집어 던지고 여자가 된다, 라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거다.

거기서 이미 동구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봐도 되나?
준 : 사실은 거기서 이미 영화가 끝났다고 봐도 된다.   

시나리오를 써오다가 연출까지 하게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영 : 그냥 <천하장사 마돈나>가 계기였고, <천하장사 마돈나>가 목표였고 그냥 그것뿐이었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만든 사람이라는 생각만 있지 내가 감독이라는 자의식이나 마음가짐은 별로 없다.
준 : 감독이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그래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또 시나리오 작가의 불만으로 인해서 감독이 된 것도 아니다. 두 사람 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그것이 구체적인 감독이 되고 싶다는 이유라면 이유다.

감독이 두 명이라 현장 지휘도 특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 : 사사건건 다 충돌했다.
준 : 술술 풀려나간 적이 없다.

어떤 식으로 합의를 보았나?
영 : 시나리오 쓸 때도 늘 싸워왔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연출에 있어서도 사실 비슷한 패턴이었고 비슷한 정도로 싸웠다. 차이가 있다면 시나리오 작업에서는  대놓고 상욕을 하면서 싸우는데 현장에는 스태프들이 있으니까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 불안해 할까봐 복화술로 싸우는 방법을 터득했다. (웃음)

시나리오를 쓸 때와 연출할 때의 가장 큰 차이는 그럼 복화술?
준 : 난 촬영 전에 수화를 좀 배웠다. (웃음)
영 : 난 입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빠르게 욕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체득했다. (웃음)
준 : 실제로 콘티 북이나 이런 데 메모로 얘기하기도 했다. (글 쓰는 시늉을 하며) 야 이 자식아 (웃음)
영 : 해준이가 이런 거 어때 이러면, 저리 치워 병신아, 이렇게 쓰면서 (웃음)

처음에 생각했던 현장과 직접 맞부딪친 현장은 차이가 있었을 텐데?
준 : 우리가 현장 출신이 아니고 현장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감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현장에 가기 전에는 되게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믿고 갔다. 현장에서 우리가 해결하기 힘든 난관이 생길 때마다 해답은 시나리오에 있었고 의견 충돌이 생길 때도 시나리오를 보면 답이 나왔다.
영 : 예습을 많이 해야 돌발 상황이 적어질 것 같아서 콘티작업을 나름대로 꼼꼼하게 했다. 영화도 콘티대로 찍었다. 그것 외에 융통성을 발휘할 재주가 우리에겐 없었다.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은 가지고 있나?
준 : 아무 계획이 없다.
영 : 지금 내가 한 가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건 옛날보다 시나리오를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제 시나리오를 쓸 줄도 알고 영화도 만들게 됐다. 이 정도인 것 같다.


(2006. 8. 16. <스크린> Photo by 임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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